샤워부스 유리에 낀 하얀 물때, 구연산 뿌리고 문질렀는데 잘 안 지워진 경험 대부분 있으시죠?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TV에서 본 방법 그대로 따라했는데 생각만큼 깨끗해지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딱 하나였어요. 농도와 방치 시간을 물때 심각도에 맞게 조절하지 않은 거예요. 구연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쓰는 방법이 문제였던 거죠.
제가 아끼는 인디고 청바지가 있었어요. 처음 샀을 때는 진한 남색이 너무 예뻐서 자주 입었는데, 몇 번 빨고 나니까 점점 흐릿해지는 거예요. 원래 청바지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검은색 청바지도 똑같이 됐어요. 처음엔 새까맣고 깔끔했는데, 빨수록 회색빛이 돌면서 낡아 보이는 거예요. '비싼 청바지인데 왜 이렇게 빨리 바래?' 싶어서 입기 싫더라구요. 빈티지도 아니고 그냥 물빠진 히끄무리한 청바지여서..
겨울방학이라 삼시 세끼에 간식까지 챙기느라 진이 빠진 어느 날, 오늘 제일 간단하다고 생각한 고구마를 삶기 시작했죠. 지친 육아에 소파에 잠깐 앉아 있는다는 게 순간 졸아버렸지 뭐예요. 가스불 위에선 냄비가 새까맣게 타고 있었고요. 딸아이가 "엄마, 탄내 나는데 어디 불났어?"라며 깨워줬을 때는 이미 스테인리스 냄비가 홀라당 타버린 뒤였어요. 이 냄비를 어떻게 살릴까 고민하다가 유튜브에서 본 대로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함께 부어봤는데, 하얗게 거품이 치솟더니 막상 거품이 꺼지고 나니 시커먼 탄 자국은 꿈쩍도 안 하더군요. 이번 경험을 계기로 제가 그동안 믿어왔던 천연 세제 청소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중화반응이 일으키는 세정력 손실 인터넷이나 SNS를 보면 '천연 세제의 기적'이라면서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무조건 섞으라는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죠. 보글보글 화려하게 올라오는 거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세상의 모든 찌든 때가 마법처럼 다 녹아내릴 것만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되죠. 하지만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이건 전형적인 시각적 착시 효과일 뿐이에요.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 NaHCO 3 )는 약염기성 물질이고, 식초(아세트산, CH 3 COOH)는 산성 물질입니다. 이 두 물질이 만나면 그 유명한 중화반응(neutralization) 이 일어나는데요. 산과 염기가 만나 서로의 성질을 상쇄시키며 물(H 2 O)과 염, 그리고 이산화탄소(CO 2 ) 기체를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을 말합니다. 그 복잡한 과정을 화학식으로 보면 왜 세정력이 사라지는지 훨씬 명확해집니다. NaHCO 3 (s) + CH 3 COOH(aq) → CH 3 COONa(aq) + H 2 O(l) + CO 2 (g) 쉽게 말해 두 물질이 만나는 순간 본래 가지고 있던 세척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거의 맹물 수준으로 약해진다는 뜻이죠. 저도 처음엔 그 거품을 보면서 대단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줄 알았지만, 그 정체는 그저 이산화탄소일...